- - 관련된 행정기관이 역할 수행 못 하기에 이격거리 규제 지속 - 태양광 이격거리 법제화나 표준조례안 등 정부 차원의 기준 제시 필요 - 최종적으로는 과학적 근거 없는 이격거리 규제는 폐지돼야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가속화되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제 모두가 나서야 한다. 더 이상 다른 사람의 문제나 미래의 일이 아니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때다. 이번 헌법소원심판청구 제기는 나의 이슈, 모두의 이슈라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
기후솔루션 재생에너지 인허가팀 최재빈 정책활동가 [사진=인더스트리뉴스] |
‘이격거리 규제’는 국내 태양광 시장의 오랜 숙원이다. 태양광발전 확산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며,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남아있다. 지난해 12월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재생에너지 전환 잠재력,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보고서에 따르면, 이격거리 규제가 개선되면 설치 가능 면적은 현재보다 약 2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이전과 비교해 큰 폭의 상승을 이뤄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전체 전력 믹스의 10%도 채우지 못했다. 전세계 평균 30.25%, OECD 평균 33.49%, 아시아 평균 26.73%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더욱 비약적인 확산이 필요하지만, 가장 손쉽고 빠르면서 값싼 에너지원인 태양광은 이격거리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역대급 폭염에 한반도가 달궈졌던 지난 8월 8일, 기후솔루션을 비롯한 여러 환경단체가 헌법재판소를 찾은 이유다.
기후솔루션 재생에너지 인허가팀 최재빈 정책활동가는 “기후위기에 대응을 위해 태양광발전을 더욱 확산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는 상황”이라며, “그동안의 소극적인 자세를 반성하고, 태양광 확대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이격거리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고 이번 헌법소원 청구 이유를 밝혔다.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의 개정안 발의에 이어 환경단체의 헌법소원 청구로 태양광 이격거리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이에 기후솔루션 재생에너지 인허가팀 최재빈 정책활동가를 만나 헌법소원 청구 이유와 개선 방향 등 국내 태양광 업계의 오랜 고충이자 꼭 해결해야 할 숙원인 태양광 이격거리 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기후솔루션,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경남햇빛발전협동조합, 모두의햇빛경남에너지전환사회적협동조합, 창원시민에너지협동조합은 지난 8월 8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개선을 촉구했다. [사진=기후솔루션] |
경남 진주시를 대상으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제기한 이유는?
진주시의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이번 규제로 진주시는 사실상 태양광발전소 건설이 불가능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가 운영과정에서 건강상, 환경상 무해한 태양광발전을 이격해야 할 과학적 근거가 없음을 이미 두 차례에 걸쳐 밝혀 왔음에도 불구하고, 진주시와 같은 일부 지자체는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에 역행하는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게 됐다.
지난 2016년 감사원의 ‘신성장동력 에너지사업 추진실태’ 보고서에서는 단순히 도로 등과의 이격거리 만으로 태양광발전소 입지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일이 없도록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이격거리 규제는 도로와 주거지역 등의 기준을 따르고 있고, 태양광발전의 시장 잠재량을 크게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는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 평등권, 직업의 자유, 환경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지방정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요구했다.
이번 헌법소원을 통해 이격거리 규제가 모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지방정부의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강화에 대한 내용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중앙정부의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개선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자체별로 다른 이격거리 규제, 이상적인 개선점은?
과학적 근거 없이 태양광 발전시설의 입지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이격거리 규제는 폐지돼야 한다. 하지만 당장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우선적으로 산업부의 가이드라인을 따라 규제를 시행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산업부는 주민수용성을 단계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주거지역에서 100m 정도 이격거리 줄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현재는 이 정도가 사회적 합의된 이격거리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우선적으로는 해당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최종적으로 이격거리 규제는 폐지돼야 한다.
이격거리 규제가 해소된다면, 태양광발전소의 난개발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해소에 따른 난개발 우려도 제기될 수 있다. 그렇기에 더욱 정부가 장기적인 정책을 마련해 지속가능한 태양광 보급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규제는 도로와 주거지역이 아닌, 산과 같은 보호구역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리나라는 자연환경보전지역, 농림지역, 관리지역 등에 대해 이미 여러 법적 규제를 통해 개발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보호지역은 엄격하게 관련 법률에서 보호하고, 개발이 허용된 지역에서는 장려해야 한다. 그래야 환경 파괴를 방지하고, 기후위기로부터 우리의 권리를 지키며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이룰 수 있다. 앞선 사례를 살펴보자. 과도한 이격거리 규제로 태양광발전소를 지을 곳이 없자 발전사업자들이 눈을 돌린 곳이 산이다. 명확한 기준 없는 규제가 오히려 산을 깎고 나무를 베어 태양광발전소를 짓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태양광발전시설이 확대되면서 발생시키는 문제가 있다면,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거나 강화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격거리 규제와 같이 원천적인 금지의 형태는 아니어야 한다.
최재빈 활동가는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는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 평등권, 직업의 자유, 환경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과학적 근거 없이 태양광 발전시설의 입지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이격거리 규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의 근본적 원인은 ‘민원’이다. 지자체 역시 이격거리 규제를 쉽게 풀 수 없을 것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
관련된 행정기관이 행정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이격거리 규제가 지속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이격거리 규제를 해소하지 못하는 이유는 민원에 대한 부담감이다.
중앙정부가 명확한 법률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2017년 산업통상자원부의 ‘태양광 발전시설 입지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에도 새로 도입한 기초지자체는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 기초지자체가 자발적으로 이격거리 규제를 해결할 수 없음은 지난 7년을 통해 증명됐다.
이격거리 규정 개선방안으로 가이드라인과 같은 재정 인센티브 부여(1.3%)가 아닌, ‘특별법으로 법제화’ 또는 ‘표준 조례안(권고)’이라고 전국 기초지자체의 86%가 응답했다. 대부분의 기초지자체가 법제화나 표준조례안 등을 정부가 제시해 주기를 바랐음을 알 수 있다. 민원에 근거한 주관적 규제가 아닌,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정부의 합리적인 규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헌법소원 청구 이후 계획은?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는 해결할 수 있냐의 문제가 아니다. 꼭 해결해야 하는 숙제다. 태양광발전은 개발지역 내에서 활용될 때 국토의 활용과 비용, 환경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원이다. 이러한 태양광을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가 기후위기 대응에 손을 놓고 있다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기후솔루션은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태양광발전이 보급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태양광이 가진 장점을 활용한 국가계획과 정책을 기반으로 산업과 발전사업자, 주민들이 태양광을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대한민국 모두가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정한교 기자 st@infoth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