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상의, 100개 국내 기업 대상 ‘그린워싱에 대한 기업 의견’ 조사
#제조기업 A사는 신규 브랜드를 런칭하며 ‘탄소중립’ 표현을 사용했다. 환경단체는 A사의 광고가 실제 탄소저감 효과를 과도하게 부풀린 그린워싱에 해당한다며 환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A사가 신제품을 ‘탄소배출량 0’으로 홍보했으나 이는 전체 제조과정에서 저감한 탄소배출량을 특정 제품에 몰아주는 ‘매스 밸런스(Mass Balance)’방식으로 계산했기 때문이라는 것. 환경부는 해당 광고 표현이 소비자의 오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A사에 광고 삭제와 정정을 요구하는 행정지도 처분을 내렸다.
#제조기업 B사는 제품 광고에 ‘인체에 무해한’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환경부의 행정지도를 받게 됐다. B사는 해당 제품에 대해 관련 기준을 충족, 환경부 신고를 마친 상태였다. 환경부는 이미 신고를 마친 제품에 대해 조사를 실시하지는 않았으나 제조과정에 사용된 화학물질이 모두 인체에 안전하다고 볼 수 없고, 소비자가 오남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해당 문구를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ESG 경영을 중요한 가치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주목받으면서 제품군들에서 ‘탄소 감축’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다양한 솔루션을 통해 제품 및 서비스를 저탄소, 또는 탄소중립 제품으로 탈바꿈하려는 활동도 증가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그린워싱 적발건수는 2021년 272건에서 지난해 4,940건으로 18배 넘게 증가했다. [사진=gettyimage] |
하지만 ‘탄소 감축’ 제품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만큼, ‘그린워싱’ 사례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그린워싱 적발건수는 2021년 272건에서 지난해 4,940건으로 18배 넘게 증가했다.
그린워싱(Greenwashing)은 녹색(Green)에 세탁(White Washing)이 결합된 단어로,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이나 기업의 경영활동을 친환경적인 것처럼 표현하는 부당한 환경성 표시광고 행위를 의미한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 이하 대한상의)가 최근 국내 기업 중 100개사를 대상으로 ‘그린워싱에 대한 기업 의견’을 조사한 결과, 그린워싱 기준에 대한 인지도를 묻는 질문에 ‘잘 몰랐다’고 대답한 기업이 전체의 45.0%를 차지했다.
그린워싱에 대해 들어봤지만, 구체적인 그린워싱 규정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의견이 절반이란 이야기다. ‘매우 잘 안다’는 답변은 10%, ‘어느 정도 안다’는 26%, ‘보통’은 19%, ‘잘 모른다’는 43%, ‘전혀 모른다’는 2%로 나타났다.
최근 EU의 친환경 표시지침이 내년 9월부터 발효되는 등 기업 그린워싱에 대한 글로벌 규제가 강화되고 있지만, 그린워싱에 대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인식과 대응수준이 크게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워싱 대응수준 역시 전반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왔다. 응답기업들의 36.0%가 자사의 그린워싱 대응수준이 ‘낮다’고 응답했고, 8.0%의 기업은 ‘매우 낮다’고 응답했다. 대응수준이 높거나 보통이라고 응답한 이들은 ‘보통(31.0%)’, ‘높음(21.0%)’, ‘매우 높음(4.0%)’이었다.
국내 그린워싱 적발건수 [자료=환경부] |
그린워싱 대응체계 미흡… 전담부서도, 내부시스템도 ‘없다’
기업들의 그린워싱 대응체계도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린워싱 대응을 위한 전담부서인력을 ‘두고 있다’는 25.0%, ‘둘 예정’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14.0%에 불과했다. 전담부서인력을 ‘두고 있지 않다’는 응답이 61.0%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린워싱 대응을 위한 내부시스템이나 절차의 경우에도 절반에 가까운 48.0%의 기업이 ‘구축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그린워싱 방지를 위한 내부시스템이나 절차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는 ‘전담부서 부재’(31.3%), ‘경영진의 인식 부족’(25.0%), ‘내부 전문인력 부족’(22.9%), ‘비용 및 자원제한’(20.8%) 등의 순으로 이유를 꼽았다.
그린워싱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어떤 조치들을 시행할 계획인지 묻는 질문에는 ‘별도 대응 계획 없다(41.0%)’는 응답이 가장 많이 나왔다. 이어 ‘임직원 대상으로 그린워싱에 대한 교육 시행(33.0%)’, ‘그린워싱 진단/평가/컨설팅 시행(31.0%)’ 등의 순이었다. ‘그린워싱 전담 조직 또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응답은 16.0%에 불과했다.
그린워싱에 대한 국내기업의 인식 수준 [자료=대한상공회의소] |
중복되는 2가지 그린워싱 규정, “하나로 합쳐야”
국내 그린워싱에 관한 규정으로는 환경부의 ‘환경성 표시광고 관리제도에 관한 고시(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와 공정거래위원회의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있다.
이 두 가지 규정에 대해 ‘둘 다 모른다’는 응답이 57.0%로 가장 높았고, ‘두 가지 규정 모두 알고 있다(24.0%)’, ‘환경부 고시만 알고 있다(19.0%)’, ‘공정위 지침만 알고 있다(0.0%)’ 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기업들의 그린워싱 규정에 대한 인식 수준도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두 규정에 관한 기업의견으로는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의견이 90.0%로 대다수를 차지해 기업들이 중복되는 두 규정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대로 유지하자’는 의견은 10.0%에 그쳤다.
기업들은 그린워싱 대응 관련 애로사항으로 ‘상세 가이드라인지침 부족(59.0%)’을 첫손에 꼽았다. 환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구체적 사례를 포함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있지만, 기업들이 체감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어 ‘그린워싱 여부를 판별할 검증체계가 부재하다’는 응답이 36.0%, ‘내부 전문인력 부족’ 33.0%, ‘경영진 및 현업부서의 관심 부족’ 22.0%, ‘과도한 대응 비용 부담’ 20.0% 순으로 나타났다.
정책과제로는 ‘상세 가이드라인지침 제공’이 65.0%로 가장 많이 꼽혔으며, 이어 ‘검증절차 및 비용 지원’ 38.0%, ‘기업 대응체계 구축 지원’ 37.0%, ‘전문기관 진단컨설팅 지원’ 36.0%, ‘정부 전담부처 일원화’ 20.0% 등 순이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대한상의 조영준 지속가능경영원장은 “국내외에서 강화되고 있는 그린워싱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및 산업 전반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단속과 처벌보다는 지침과 가이드라인의 대외 홍보를 강화해 기업이 알기 쉽게 상세한 정보를 전달해야 하고, 기업들은 전담조직을 구성하는 등 대응체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상의는 그린워싱 관련 동향정보 전달과 교육자료 제공, 세미나 개최를 지속하고 그린워싱 가이드북 제작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한교 기자 st@infoth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