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운동연합, ‘전국 주차장의 태양광 잠재량 평가 보고서’ 발표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태양광은 다양한 에너지원 중 가장 빠르게 보급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이다.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보급 확대로 글로벌 LCOE(균등화발전비용)도 상당한 하향 추세다. 에너지 전환을 준비 중인 세계 각국이 태양광 확산에 열을 올리는 이유이다.
환경운동연합은 29일 전국 주차장의 태양광 잠재량 평가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환경운동연합] |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라는 특성으로 인해 태양광 보급에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을 내놓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잠들어 있는 유휴부지를 개발한다면, 여전히 상당량의 태양광 보급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국의 주차장만 활용하더라도, 국내 전기차 수요의 약 2.4배에 달하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운동연합이 29일 발표한 『전기 생산하는 시원한 주차장-전국 주차장의 태양광 잠재량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50구획 이상 주차장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할 경우 2.91GW 용량의 설비 증가가 가능했다.
이는 연간 5,115GWh의 전력(효율 20%)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재생에너지 보급이 지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소비지 인근에 가용한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구체적으로 파악된 것이다.
환경운동연합 조사는 전국 17개 광역시도의 50구획 이상의 주차장 총 7,994개를 지역별, 유형별, 운영주체(공영, 민영)을 기준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전국의 주차장에만 2023년 국내 전기차 전체 전력 소비량인 2,163GWh의 약 2.4배, 2023년 세종특별자치시의 소비전력량(3,980GWh)을 상회하는 수준의 발전 잠재량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높은 잠재량을 가진 지역은 경기도 40만4,867kW였으며, 경상북도 34만468kW, 경상남도 27만9,074kW 순으로 분석됐다. 전체 주차장 중 공영주차장은 78%, 민영 주차장은 22%을 차지하고, 15개 주차장 유형 중 공영주차장(30.99%), 공원(12.32%) , 대학교(11.16%), 휴게소(8.63%) 순으로 가장 높은 잠재량 규모를 가졌다. 이 네 가지 유형이 전체 잠재량의 63.11%를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환경운동연합은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재생에너지 확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임을 밝히며, 이를 위한 주차장 태양광 의무화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한국의 태양광·풍력 비중은 약 5%로 기존의 석탄 가스 발전을 대체할 재생에너지가 획기적으로 늘지 않고 있다. 2020년부터 신규 태양광 보급은 4.6GW, 3.9GW, 3.2GW로 뚜렷하게 감소하고 있어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전력 부문의 전환이 시급하다.
이에 환경운동연합은 주차장을 활용한 태양광 확산을 위한 과제로 △50구획 이상 주차장의 태양광 설비 설치 의무화 및 관련 예산 확대 △지방자치단체의 주차장 태양광 확대 제도 수립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을 통한 이익공유 및 인식개선을 제안했다.
전국 주차장의 태양광 잠재량 보고서 [자료=환경운동연합] |
“주차장, 태양광 설치 적지… 의무화 제도 필요”
한편, 주차장 태양광 설치 의무화 제도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허영, 이용선 의원의 대표발의로 2건이 발의된 바 있으,나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후 지난 10월 현재 22대 국회에서 같은 취지의 법안 3건이 발의된 상태다. 3건 모두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개정안으로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 안은 주차장의 신·재생에너지 설비설치 의무화 및 재정 지원을 법률로 규정하되 규모 및 절차 등은 시행령에 위임하는 내용이다.
이용선 의원과 허영 의원 안은 보다 구체적인 안으로, 80면 이상 주차장의 경우 면적 대비 50% 내외로 발전시설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용선 의원은 공영주차장을 특정하고 있으며, 허영 의원 안은 국가나 지방자치 단체의 직접 설치, 또는 재정·기금 지원을 받아 설치된 주차장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안재훈 사무부총장은 “국가차원에서 진행해야 할 재생에너지 잠재입지 발굴과 관련된 제도 개선이 교착된 상황”이라며, “현재 발의된 주차장 태양광 의무화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조속히 논의해 수요지 인근의 재생에너지 입지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 배슬기 활동가는 “재생에너지 활용 입지로서 주차장의 역할은 시민들에게 긍정적이고 친숙하게 이미 인식되고 있다”며, 태양광 설치 적지인 주차장에 실질적으로 태양광 발전시설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주차장에 태양광 설치를 의무하는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관련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2023년 7월부터 「재생에너지 가속화법」 11조를 개정해 주차장 태양광 의무화를 실시했다. 이 법률은 공영·민영, 신축·기축을 구분하지 않는 80대 이상의 주차구획을 지난 주차장의 50% 이상을 태양광 설치하는 내용으로, 프랑스는 이 법안 시행을 통해 11~12GW의 규모의 태양광 설비가 확보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독일은 주별로 규제의 범위나 요건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2022년부터 시행되기 시작했다. 35대~100대 이상 주차장, 신축 기축 구분 없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야 한다. 바덴뷔르템베르크, 헤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정한교 기자 st@infoth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