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적 지원 방안과 기술 혁신 촉진 사업 집중… 2025년은 새로운 도약의 원년
[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위기에 몰린 국내 태양광 산업은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있다. 그러나 더욱 단단해져 다가올 봄에 피울 꽃을 준비하고 있다.
태양광의 국내 보급 확대와 산업 활성화를 이끌고 있는 한국태양광산업협회도 기존 사업 활동에 더해 정책적 지원 방안과 기술 혁신 촉진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지난해 6월 25일 취임한 박종환 제6대 한국태양광산업협회장이 있다. 박종환 협회장은 현재 국내 태양광 셀, 모듈 생산기업인 HD현대에너지솔루션의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박종환 한국태양광산업협회장 [사진=한국태양광산업협회] |
박 협회장은 취임과 함께 발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취임 닷새 만에 한국에너지공단 주요 관계자와 간담회를 갖고 태양광 모듈 제조, 금융지원, REC 가중치 등 국내 태양광 시장 현안을 논의했다. 곧이어 사흘 후, 산업부와 ‘태양광 산업 정책 현안 관련 업계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본지는 2025년 신년인터뷰로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박종환 협회장을 만났다. 인터뷰를 진행한 날은 박 협회장이 참여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관련 연구 과제 제출일이었다. 전문 경영인으로 산업의 이해를 더하고자 태양광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한국태양광산업협회장과 다양한 주제의 태양광 이야기를 나눴다.
박 협회장은 “태양광 사업을 하는 이유, ‘왜’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며, “그 대답이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태양광 산업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큰 틀에서의 방법론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는 안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산업이라고 언급한 박 협회장은 “국내 태양광 산업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이 살아나야 한다”며, “기업들의 기술 향상을 돕고 회원사의 뜻을 모아 정부와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협회를 이끌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장으로 2024년의 국내 태양광 산업을 평가하자면?
2024년 국내 태양광 산업은 많은 어려움 속에서 정책과 시장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마주한 해였다. 국내 시장은 계통 포화, 이격거리 규제, 인허가 지연, 주민 수용성 저하 등 구조적 문제로 인해 성장세가 제한됐고, 이와 더불어 값싼 중국산 태양광 제품의 지속적인 유입으로 국내 제조 산업의 경쟁 심화와 수익성 악화는 가중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형 탑콘(TOPCon)과 같은 고효율 태양전지 기술의 도입으로 국내기업들은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며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지속했다. 각 기업들의 이러한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협회장 취임 이전부터 국가기간산업으로서의 재생에너지 육성을 강조한 바 있다.
에너지 산업은 이미 국가기간산업이고 더욱이 NDC 목표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을 포함한 에너지 믹스는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육성은 국가 전력 자급률을 높이고 수입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는 중요한 수단이다.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제조, R&D, EPC, 유지보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용 창출과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 낸다.
국가기간산업은 정부의 안정적인 지원을 기반으로 하는데, 기업들은 이를 통해 장기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 아울러 금융 지원과 세제 혜택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출시장을 확대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국민 생활 및 산업의 근간이 되는 필수 재화/서비스인 ‘전력’을 적정 수준의 가격으로 지속 공급 함으로써 국민 개개인의 생활 수준 향상은 물론 산업 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의 역할 및 비전은?
최근 몇 년간 국내 제조기업들은 시장 축소, 중국발 공급과잉과 그로 인한 치열한 가격 경쟁, 인플레이션 급등 및 대출 금리 상승 등으로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에 있다. 특히 막대한 중앙 및 지방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성장한 중국이 글로벌 태양광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들은 자국 제품 보호를 위한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협회는 기업들의 외형 성장과 내실 경영을 다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에 집중하고자 한다. 정부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다양한 채널을 확보하고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태양광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기업·학계·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
협회의 비전은 태양광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 글로벌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에너지 안보를 실현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기업과 정부가 협력하는 혁신적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종환 한국태양광산업협회장은 “국내 태양광 산업은 도전과 기회의 변곡점에 있다”며, “위기를 돌파하는 것은 기술 혁신과 협력의 힘이라고 믿고 있다. 2025년은 그 도약의 원년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사진=한국태양광산업협회] |
산업 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에게는 어떠한 전략이 필요한가?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태양전지 및 모듈의 효율 향상과 비용 절감은 필수 요소다. 품질 향상과 사후 유지보수 수행 능력을 강화하는 것 역시 기업 경쟁력의 핵심요소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에 기업들은 고효율 태양광 모듈 개발을 통해 생산성과 경제성을 높이는 동시에 제품의 생애주기 관리를 위한 조직 정비가 필요하다.
아울러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다양한 국가 및 지역과의 협력을 통해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국의 에너지 정책에 부합하는 현지화 전략과 정부 및 민간 부문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해외시장에서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기업들은 작게는 이윤 추구와 경제 기여도 향상, 크게는 기후위기 극복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과제 해결을 목표로 둬야 한다. 이를 위해 기술 혁신을 선도하고, 정책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이행함으로써 산업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국내 현실을 반영해 어떠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최근 유럽, 미국 등에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정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역시 이에 상응하는 정책적 대응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는 이미 WTO 제재를 넘어선 미국 IRA와 유럽의 CBAM, 공급망실사법 등에서 교훈을 얻어, 국내에 적용할 수 있는 강력한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시장 활성화’와 ‘산업 보호’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제도 개선의 방향을 설정해야 하며 에너지 자립도, 국가 경제 기여도, 고용 효과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당장 진행 가능한 산단형 활성화(이격거리 규제, 관리기본계획 개선) 및 수상태양광 관련(KS인증 대체 등) 정책 등은 조기에 실시하고, 영농형 태양광, 계통 개선 등은 세밀한 정책 설계와 실행이 진행될 수 있도록 중장기 전략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단기 및 중장기 정책 로드맵을 각각 수립하고 정책별로 세분화된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투자 등에 따른 인센티브 제도, 특히 태양전지(셀)에 대한 R&D 및 인적자원확보 지원, 수출기업 지원과 시스템 육성 등도 함께 검토돼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자국 산업 보호 정책으로 인해 국내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견·중소 제조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 대응방안은?
전 세계는 파리기후협약 이후 탄소중립이라는 거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중국이 발빠르게 이에 대응해 산업을 확장하고 가격 경쟁력 확보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각국은 이에 대응해 관세/비관세 장벽 등을 도입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각국의 제도와 정책들의 변동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해외시장 진출은 대기업도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품시장의 경우, 유럽시장은 중국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장악했고, 미국 역시 우회수출을 통해 지속적으로 저가 제품이 시장에 공급됨으로써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시장 친화적 정책들마저 혜택 감소 또는 취소됨으로써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회수출 규제, 관세 정책 등으로 변화가 예상되나 기존에 확보된 재고가 많아 시장 반등이 제한적이다.
발전시장의 경우, 물론 일부 기업이 직접 진출한 사례도 있으나 각국의 인허가 및 환경 관련 법규와 규제 등에 대한 이해 부족 및 관련 영업망 부재 등으로 한국기업이 단독으로 접근하기는 어려운 상황다.
이에 장기적인 계획으로 준비하고, 현지에 대한 사전 학습과 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선행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기업이 판매하고자 하는 제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마케팅 포인트 발굴 △무보, KIND 등 해외진출 지원 기관의 프로그램 활용 △현지 영업망 사전 구축 및 현지기업과 파트너쉽 강화 △현지 생산 기반 설립 및 합작투자(자금력이 충분할 시) 등을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겠다. 또 현지에 대한 정보 및 사업 타당성 검토 부분 등에 있어서는 협회 및 대기업을 통해 도움을 받는 것도 상당히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다양한 요인이 태양광 시장 규모 확대를 가로막고 있다. 이에 대한 개선점은?
우선 재생에너지에 대한 이해와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아울러 수요와 공급의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수적이다. 태양광 산업을 단순히 제품 판매 시장이 아닌, 일종의 부동산 개발 사업으로 접근해 국토 활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산업부를 포함해 국토부/환경부/농림부 등 이해관계가 있는 정부 부처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산업단지의 경우, 이격거리 규제 및 관리기본계획(태양광발전업 업종 코드) 개선 등이 이뤄져야 하고, 영농형의 경우는 효율적인 농지 이용을 위해 농업진흥구역을 포함해 도시계획 개념의 접근과 모든 농지에 대한 일시사용기간 연장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계통 부족은 현재 국내 태양광 산업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변전소 용량 제한으로 인해 호남 등 일부 지역에서 발전 허가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정치적 쟁점을 떠나 ‘국가기간전략망 확충법’ 등에 초당적 합의를 통한 전력망에 대한 인프라 투자가 시급이 실행돼야 한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장으로서의 2025년 포부와 계획은?
협회는 정부 및 국회, 각 기관 등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체계적이고 질서 있는 태양광 산업의 성장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인허가 절차 간소화, 태양광 모듈에 대한 인증 및 시험 규제 개선, 세제 혜택 확대 등 다양한 정책적 요구 사항을 정부에 전달하고 이를 실현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아울러 협회는 산업 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상생 모델을 구축하고, 업계의 의견을 반영한 정책 제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협회는 2025년을 목표로 국내외 태양광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혁신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재생가능에너지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2025년을 맞아 국내 태양광 산업계에 전하고 싶은 말은?
현재 국내 태양광 산업은 도전과 기회의 변곡점에 있다.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흐름 속에서 우리는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위기를 돌파하는 것은 기술 혁신과 협력의 힘이라고 믿고 있다. 모두가 힘을 합쳐 태양광 산업을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중심에 세우고, 이를 통해 국가 경제와 환경 모두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가길 바란다. 2025년은 그 도약의 원년이 될 것이다.
이건오 기자 news@industr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