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비 기준 완화, 초과발전량 판매 등 활성화 위한 진입 장벽 완화 필요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PPA(Power Purchase Agreement, 전력구매계약)가 국내 기업들의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지속적인 RE100(재생에너지 100%) 이행 압박에 더해 지난해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면서 이제 기업들에게 PPA는 선택이 아닌 필수 수단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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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사이트 PPA의 장점은 설치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20여년 이상 운영돼야 하는 발전소 유지 관리에 대한 부담이 적다. 또한, 지속적인 인상이 예상되는 산업용 전기요금에 비해 고정된 가격으로 장기간 이용할 수 있다. [사진=gettyimage] |
PPA가 주목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난해 10월 24일부로 정부가 대기업 등 전력 사용량이 많은 기업에게 적용되는 산업용(을)은 10.2%, 중소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갑)은 5.2% 인상했기 때문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2년 4월부터 현재까지 총 7차례에 걸쳐 인상됐다. 한국경제인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인상폭은 무려 63%에 달한다. 국내 기업의 전기요금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여기서 끝이 아닐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애초 한전의 누적적자 해소와 전력망 투자재원 마련을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 3년간의 누적적자만 약 40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10월 단행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만으로는 누적적자 해소에 한계가 있다. 추가적인 요금 인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한 전기공급사업 기업의 관계자는 “2026년까지 한전의 적자해소를 위해 51.6원/kWh 인상이 필요하나 2024년4분기까지 35원 인상에 그쳐 16.6원의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2021년 10월 PPA 제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 후, 2022년 본격 시행됐다. 시행 2년여가 지났지만, 그동안 PPA 시장은 외면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높은 계약 단가로 인한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지난해 산업용 전기요금이 인상됨에 따라 PPA 계약 단가가 경쟁력을 얻게 됨에 따라 기업들은 더 이상 PPA를 외면할 수 없게 됐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PPA 시장의 문을 두드리며, 한전 중심의 전력구조에서 탈피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다.
온사이트 PPA, 자체 부지 활용한 가장 경제적인 PPA 방식
“비용적인 면만 놓고 검토했을 때 가장 수요기업에게 이점을 제공하는 PPA는 온사이트(On-site) PPA”
기업이 PPA를 이행하는 방법은 크게 직접 PPA와 제3자 PPA로 나뉜다. PPA를 고려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제3자 PPA’보다 ‘직접 PPA’를 선호한다. 한전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공급받는 제3자 PPA는 한전에 망사용료를 추가로 지급해야 하기에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직접 PPA, 그중에서도 온사이트 PPA는 한전망을 사용하지 않아 망사용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확실한 전기요금 절감효과를 기대하는 기업들이 온사이트 PPA에 주목하는 이유다. 여기에 온실가스 감축 인증도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온사이트 PPA는 지붕, 주차장 등 기업의 유휴부지에 재생에너지발전소를 설치해 여기서 생산된 전기를 기업이 직접 사용하는 방식이다. 해당 발전소는 기업이 아닌 재생에너지 공급자의 소유로, 수요기업이 PPA 진행 시 가장 부담을 느끼는 초기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러한 온사이트 PPA의 장점은 설치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20여년 이상 운영돼야 하는 발전소 유지 관리에 대한 부담이 적다. 또한, 지속적인 인상이 예상되는 산업용 전기요금에 비해 고정된 가격으로 장기간 이용할 수 있다.
국내 전기공급사업 기업 관계자는 “기업에 유휴부지가 있는 경우, 무조건 온사이트가 유리하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온사이트 PPA만으로 모든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어렵다. 이에 온사이트 PPA와 오프사이트 PPA를 적절히 조합해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직접 PPA 중 하나인 오프사이트(Off-site) PPA는 외부에 위치한 발전소에서 수요기업에게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발전소 위치가 기업과 다른 곳에 위치해 있다. 전력망을 통해 전력을 공급받아 망사용료가 부과된다. 망사용료를 제외하고라도 자체 부지를 활용하는 것이 아닌, 부지 소유자와의 협의 등이 필요해 온사이트 PPA 대비 PPA 단가가 다소 높다. 하지만 온사이트 PPA만으로는 전체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기업이 대부분이어서 온사이트 PPA와 오프사이트 PPA를 혼합한 방식으로 PPA를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PPA 참여 활성화 이끌 제도적·구조적 논의 필요
PPA 활성화를 위한 조건은 모두 갖춰졌지만, 여전히 국내 기업들은 PPA 계약 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는 2021년 PPA 제도 도입 이후 지속적으로 세부 정책을 개선하며,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지난해에는 망사용료 지원 대상 및 기간을 확대하는 등 중견·중소기업들까지 활발히 PPA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기업들은 정부가 세운 제도 기준으로 인해서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 직접 PPA를 진행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1MW 이상의 설비용량을 지닌 기업만 참여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1M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설치에 약 3,000평의 부지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가 큰 제조 기반의 기업이 아닌 이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치다.
이에 대해 전기공급사업 기업 관계자는 “PPA를 문의하는 기업의 절반 정도는 해당 기준으로 인해 사업을 포기한다”며, “기업들의 활발한 PPA 참여를 위해서는 1MW 기준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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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공급사업자들은 국내 기업들의 온사이트 PPA 참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1MW 이상 발전설비만 참여할 수 있는 기준 폐지, 초과발전량 판매 허용 등의 문제가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gettyimage] |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기업들의 고충을 인식하고 1MW 기준을 300kW 이상으로 낮추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마저도 높다는 지적이다. 기업의 PPA 참여를 유도하고,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설비용량 기준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또 다른 활성화 저해 요인은 ‘초과발전량’이다. 온사이트 PPA는 한전의 송·배전망을 사용하지 않고 발전량 전량을 전기사용자가 구매한다. 이에 기업의 전력사용량을 웃도는 초과발전량 발생 시 역송해 판매 또는 상계 처리할 수 없다.
상당수 기업이 평일과 주말의 전력사용량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에 주말이면 초과발전량이 발생한다. 이때 발생한 초과발전량으로 인해 공장 전기 시스템 셧다운(Shutdown) 등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로 온사이트 PPA 계약을 망설이는 기업들도 많다. 업계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초과발전량 판매가 가능하도록 변경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부족한 공급량도 PPA 시장 활성화를 저해하는 주요 요인이다. 온사이트 PPA로는 부족한 용량을 확보하기 위해 오프사이트 PPA를 진행하고 있지만, 유휴부지를 소유한 사업자들이 PPA 계약 체결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PPA보다는 REC 현물시장 참여나 REC 가중치(1.5)가 적용되는 지붕형 태양광 RPS 사업 참여를 선호해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기공급사업자들은 전력시장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현재의 시장 구조로는 PPA 시장 활성화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렵다고 지적한다.
전기공급사업 기업 관계자는 “PPA 계약을 체결하는 기업들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라며, “연간 약 3GW 용량의 태양광이 신규로 보급되는 국내 실정에서 이는 실로 엄청난 비율로 PPA가 도입되는 것으로, 안정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한교 기자 st@infothe.com